말라카(Malacca) - 아무리 어두워도 맛은 보인다
싱가폴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로 가는 길에 말라카에 잠깐 들리기로 했다.
한국에서 떠나기 전 계획에는 없던 곳이라 빡빡한 일정 문제로 많이 망설였지만 꼭 들러 보고 싶었다.
아마도 전날 파이브스톤즈(Fivestones Hostel)에서 만난 K로부터 들었던 얘기가 크게 작용한 듯 하다.
<아랍 스트릿으로 이전한 파이브스톤즈 호스텔 라운지>
이름 때문인지 처음 가는 곳이지만 이상하게도 친근하게 느껴져 별 다른 정보 검색도 없이 숙소만 예약했다.
국경 이동시 항상 아침 일찍 출발했던거와는 달리 느즈막이 버스에 올랐다.
폭우로 인해 예상보다 이동 시간이 오래 걸렸고, 낯선 말라카 버스 터미널에서 유심구매, 교통편 등을 알아보느라 우왕좌왕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유심은 터미널 내에 있는 편의점 등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한가해선지 점원이 알아서 개통도 해줬다.)
거기다 예전처럼 혼자가 아닌지라 예전보다 시간이 더 소모 된 듯 하다.
목적지인 말라카 시계탑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한 시간 넘게 기다리며 이것 저것 검색 해본다.
그제서야 동남아 국가중 말레이시아에 대해 아는게 가장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10여년전 푸켓에서의 사고만 없었다면 지금 이 나라가 좀 더 친숙했을 텐데...'
버스 운전 기사의 말을 듣고 내린 곳, 상상했던 거와 달리 주변이 너무도 어둡다.
구글지도까지 말썽을 이르켜 낮에 잠시 보아둔 지도를 머리속에 그리며 걷기 시작한다.
'예약해둔 숙소.. 너무 늦어 체크인이 안돼면 어쩌지...'
무거운 배낭을 앞뒤로 매고 사람이 없는 어두운 골목길을 총총걸음으로 바쁘게 누빈다.
그 밤, 내 기억속 말라카의 길은 철로 같았다... 바둑판이 아니다.
앞뒤로만 길쭉하게 뻗은 철로 같아서 옆 골목으로 넘어가려면 상당히 많이 걸어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바닥은 매끌거리고 공기가 습했던 기억... 이건 아마도 많은 비가 온 뒤라서였을 것이다.
<늦은 밤 느낌과는 너무 다른 말라카 버스안과 거리 풍경>
그 어둡고 긴 골목 저 멀리에 불빛이 보인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그냥 조금 환한 형광등 불빛이였는데 그걸 보이는 것 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평범했기에 더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그 불빛을 내뿜는 곳을 지나칠 때 쯤, 그곳에 냄새가 발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냄새도 그렇지만 그냥 딱 보기엔 그닥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음식을 뻘뻘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가며 세상 진지하게 공을 드려 한단계 한단계 완성해 나가는 아저씨의 모습에서 비장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저렇게 공을 들이는데 맛이 없을 수 있을까...?'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불판에 익어가는 노란 것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기다린다.
아직 숙소도 찾지 못했지만 나의 걱정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