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말라카(Melaca) - 자전거 타고 아침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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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곳에 가 비슷한 것들을 보지만 사람들마다 그곳에 대한 느낌은 너무도 다양하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는게 있다면 그건 아마도 그날의 날씨일 것이다.
11월에 방문한 말레이시아의 날씨는 무척이나 변덕스러웠다.
가끔 바라보는 하늘은 하루라는 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질 정도로 변화무상했다.
나중에 따로 글을 올릴 기회가 있겠지만 페낭에서의 날씨가 유독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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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과 샤워시설이 무척이나 열악했던, 전날 자정이 거의 다 되어 체크인한 호스텔을 이른 아침 찬찬히 둘러 본다.
추천하고 싶은 곳은 아니지만 약간에 돈을 내고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건 맘에 든다.
잠시 기분좋은 흥정을 마치고 '맘 편히' 쓸만한 자전거를 골라 밖으로 나간다.
모든 감각을 동원해 이곳과 친해지려 노력해 본다.
어젯밤에 느꼈던 끈적임과는 사뭇 다르다.
강렬한 햇살에 재채기가 나올랑말랑.
오랜만에 느껴보네.. 이럴 땐 어떻게 했더라?
복잡하고 어수선한 길을 지나 말라카 강변으로 자전거를 끈다.
뒤를 돌아보니 어디선가 본 듯한 건물이 있어 사진 한장 찍어 둔다.
'MELAKA? 저건 뭘까..'
나중에 알아보니 영어가 아닌 말레이시아어로 이곳 말라카(믈라카)를 의미.
월요일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관광지임에도 말라카 강변 산책로는 한산하다.
비교적 잘 가꿔져 있지만 자전거로 다니기엔 약간 비좁고 가끔씩 등장하는 급커브에 당황하기도 한다.
하지만 날씨 만큼이나 깨끗한 풍경, 가끔 오가는 크루즈가 만드는 물살 때문인지 활력 또한 느껴진다.
외각쪽으로 갈수록 더 한적해지고 물길 위로 놓여진 나무로 만든 산책로도 나온다.
이 길, 참 맘에 든다.
나뭇길 위 나무가 만들어 내는 그림자 속 나무 벤치에서 잠깐 쉬어 간다.
근처 가게를 지나다 호기심에 산 이름 모를 간식과 화이트 커피를 마신다.
페낭(Penang) 정도는 아니지만 말라카에도 벽화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강을 따라 지어진 낡은 집벽에도 많이 그려져 있는데 말라카에 중국인이 많은지 벽화도 중국스러운 것들이 많다.
음.. 내 취향은 아닌 듯.. 일단 스토리가 없다.
그냥보면 심심하고 정적으로만 느껴질 수 있는 이곳 벽화들...
하지만, 오가는 크루즈 그리고 그것들이 지나며 뿜어내는 하얀 물보라와 어울러져 다른 벽화에선 볼 수 없던 생기와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산책로가 좁아서 그런지 아니면 이른 시간이라서인지 다른 곳이라면 흔히 있을 법한 야외 카페가 안 보인다.
다행히 중심부쪽으로 가니 폭 좁은 테이블 몇 개 꺼내논 곳이 있어 그 곳에서 아침 산책을 마무리 한다.
다음에 오면 꼭 강가쪽 창이 넓은 숙소에서 묵어봐야지.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괜찮을 것 같다.
FIN